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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칼럼

[최상률의 일家양得]66 공정한 노동시장 개혁과 건강한 노동을 위한 제언

 

그동안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하여 우리나라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한 포괄적 노동시장 개혁에 따른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에 대하여 법 제도는 같은 시간에 동일한 장소로 출근해 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산업화 시대의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설계된 체제로 보면 된다. 

그간 작은 부분적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있긴 했다. 노동 제도법이 70여년의 시간이 지난 우리 사회는 지금 기술혁신과 디지털 혁명, 일하는 방식과 생활세계의 변화, 노동력 고령화와 구성의 다양화 등에 따른 노동시장의 대변혁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노동법과 노동시장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으며 제도의 지체는 혁신의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임을 쉽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공정한 노동시장의 개혁과 건강한 노동을 위한 몇 가지 관점에서 제언해 보고자 한다. 

먼저, 노동시장 개혁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라는 출발선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고 이 두가지 포괄적 개혁과제가 수반되어야만 종착점에 도달될 수 있을 것을 전제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 노동시장에 산적한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바 있다. 


때늦은 감이 있긴 해도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는 가장 기본적인 근로조건이자 기업의 생산성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고 많은 근로자와 인사・노무 담당자, 그리고 전문가들도 이 두 가지 이슈의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기에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임금체계 또한 시장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대표적 과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임금수준은 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결정하는 핵심적 수단이며, 임금체계는 배분된 자원의 성과적 활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의 임금은 연공형 호봉제에 의해 결정된다. 연공제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확대해 신규채용을 억제하며,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도 부정적이다. 장기고용을 전제해 설계된 이 제도는 대기업·정규직·남성에게 배타적으로 유리하며,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근로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가 불확실한 MZ세대들에게도 장기고용을 조건으로 하는 이 체계는 불공정함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동반하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 노동시장 제도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본다. 

개혁을 위한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 분절과 양극화 즉,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로 부문간 또는 계층간 노동이동이 단절되고 격차가 확대되는 이중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기술혁신에 따른 기계의 노동 대체, 세계화로 인한 아웃소싱 확대 등으로 촉진되는 구조적 현상이지만, 이 변화의 불균등한 영향으로 고용 지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노동시장의 심각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이중구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촉진하는 원인은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의 경직성, 대기업·공공기관과 정규직 중심 조직노동의 기득권 보호, 생산시장의 독과점과 생산방식의 하도급화 등 다양하다. 그 결과 소수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전체 근로자의 10.7%)는 현행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틀 내에서 두텁게 보호되는 반면, 배제된 다수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는 열악한 근로조건의 덫에 갖혀 있는 상황이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고 다양한 노동력 계층의 활약을 방해하는 핵심 원인으로 판단된다. 우리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 가운데 이중구조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을 점검하고, 고용 형태 및 기업규모 등에 따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혁신 등 기술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본격 전환, 글로벌 아웃소싱 등에 따른 생산체제 변화는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공정혁신, 일하는 시간과 장소의 다양화, 노동과정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 플랫폼을 매개로 한 새로운 일자리와 고용 형태 확산 등은 이러한 환경변화가 초래한 결과이며 이는 노동시장의 다층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0년 된 노동법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일하는 방식과 일자리 변화를 규율하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기술변화가 초래하는 새로운 일자리와 일하는 방법 등은 현재의 노동법과 제도로 규율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 법과 제도가 부재한 사각지대가 확대될 가능성 높다. 따라서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노동법제를 다층화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시급하게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술환경과 노동의 변화로 근로시간, 대기시간, 휴게시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어 근로시간과 휴식의 패러다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대표적 의제인 다양한 임금제도 또한 변화를 반영해 현대화,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쟁점 이외에도 급격한 환경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법규범과 관행을 개선하여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절실하다. 

또 한가지, 대기업 공공기관 중심의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대립과 갈등에 기반한 전투적 조합주의의 ‘87년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주요 사업장의 쟁의가 반복되고 있으며, 때때로 사업장 내 갈등은 사업장 담장을 넘어 광장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최근의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갈등은 점점 더 외부화되고, 제도적 조정의 여지는 작아지며, 관료제적 시스템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 다원주의의 주요 기둥인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자율적 이해조정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고 노사관계의 사법화, 노사관계의 정치화가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다.
 
통상임금, 평균임금, 파견과 도급의 적법성 등 노사간 풀어야 할 쟁점들이 법원의 판단에 의존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상식으로 보면 법은 개인 또는 집단간 다툼을 조정하거나 그들 행위가 사회규범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법은 다툼하는 이해관계자의 의도를 판단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의도가 게재된 관행과 협약을 법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노동분쟁 해결을 법원에 의존하는 일은 매우 예외적이어야 한다. 

노사간 다툼에 법이 자주 등장하면 이해당사자들은 비용이 드는 교섭 과정을 회피하고 법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노사 모두에게 손실이며 자원의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제 노사관계의 자율적 조정의 장을 복원하고 ‘이해조정’과 ‘제도경쟁’을 통해 노사관계의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 법이 불비한 영역은 입법으로 불확실성을 줄이되 노사 당사자의 결정이 존중되는 방식의 관련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2.6%를 차지하는 1,680만명 베이붐 세대가 주된 직장에서 은퇴해 불완전 고용상태로 진입하면서 이들의 고용 안정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고령화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사회문제로서 이들의 소득안정을 위한 계속 고용 모색은 미래 노동시장의 중요 과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및 고용율 제고 또한 노동시장의 핵심 과제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52%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여성의 노동시장내 역할 확대와 활약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의 시급한 모색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저성장의 지속에 따른 새로운 균형(new normal)으로 청년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체되고 있어 이를 위한 대응 방안 모색이 지속되어야 한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구직하는 청년들이 지체없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이중구조, 저출생・고령화, 기술변화 등 노동시장의 당면과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고, 모두가 상생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며 활력있는 미래 노동시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전반에 걸친 폭넓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기술혁신이 초래한 노동시장과 일하는 방식 변화에 대한 대응, 노사관계의 안정화와 예측가능성 확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 전환 등을 통해 기업규모 및 원·하청간 근로조건 및 산업안전 등의 격차 해소와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과 차별 해소 방안 그리고 원·하청 상생협의회 등 이해관계자 소통·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과 새로운 노동을 위한 준비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플랫폼종사자 등 다양해진 고용 형태를 고려한 법제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토대로 한 파견제도 합리화,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을 둘러싼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여야 한다.

또한,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하는 방법 모색과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 강화, 그리고 저출생・고령화 가속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소진, 노동력 감소에 대비, 고령자 계속 고용, 청년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 여성의 차별 없는 경제활동 등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마련이 긴요하다. 

끝으로,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산업, 일자리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직업능력개발과 보편적 권리로 보장하고,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해 원활한 일자리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언하는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 강원도 삼척 출신
△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외국인력 정책에 관한연구(행정학 박사)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