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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칼럼

최상률의 일家양得 67 중대재해 첫 유죄 판결이 주는 의미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정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유죄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원청 대표이사가 유죄를 받은 첫 사건이지만 형량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대법원이 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양형 기준과 검찰이 당초 기소했던 형량과 비교해 가볍다는 이유이다. 특히, 법은 법인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3000만 원 선고에 그쳤다.

지난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에게 징역 1년 6년에 집행유예 3년, 온유파트너스 법인에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로 함께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현장소장 김 모 씨와 하청인 아이콘이앤씨 현장소장 권 모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씨의 지시를 받고 일한 원청 안전관리자 방 모 씨는 벌금 500만 원을, 하청 법인은 벌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하청 근로자 A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재해였다. 해당 공사는 온유파트너스가 도급받은 것으로 온유파트너스는 이 중 철골공사 부분을 아이콘이앤씨에 하도급했고, 아이콘이앤씨 근로자 A 씨는 철골공사 작업 중 고정앵글 5개를 인양하다가 5층 높이에서 추락한 것이다.

조사 결과 안전난간을 해체해 작업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졌다. 
작업장 상태에 대한 사전조사도 실시되지 않았고, 추락 방지를 위한 작업계획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검찰은 온유파트너스 대표 정 씨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ㆍ이행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정 씨가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 절차와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을 마련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원하청 현장소장에는 징역 1년, 원청 안전관리자는 금고 8월이 구형됐다. 특히 원청 온유파트너스에는 벌금 1억6000만 원을 구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인에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청 법인에는 벌금 1000만 원이 구형됐다.


피고들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김동원 판사도 유죄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유죄가 나온 첫 사례다.
그러나 검찰 기소보다는 처벌 수위가 하향 조정됐다. 처벌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사고 원인을 고려했을 때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만 돌릴 수 없다는 이유다.


우선 김동원 판사는 "우리 사회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해 보다 무거운 사회ㆍ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의 의무 위반 행위로 인해 A 씨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A 씨가 사망하게 된 것은 A 씨를 비롯한 건설 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했던 안전 난간의 인위적 철거 등 관행도 일부 원인이 될 것으로 보여 책임을 온전히 피고인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이 A 씨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로금을 지급한 것도 감형 사유가 됐다. 특히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고 이후 아이콘이앤씨는 2억3000만 원 가량을, 온유파트너스는 1억 원을 유가족에 지급했다.

정 씨가 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점도 고려 사유가 됐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유죄가 나온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 현장에서는 어떻게 법을 준수해야 하는지, 중대재해 발생 후 수사기관에서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 것인지 혼란을 겪었고, 그 결과 기업의 눈과 귀는 사법부로 향했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는지에 따라 기업의 향후 대응 방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이 모인 중대재해전문가넷에서 활동 중인 권영국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기존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사로는 원청 대표를 처벌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번 유죄 판결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실질적 효과가 드러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원청 대표이사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원청 대표이사를 처벌하려면 이들이 실제로 사고 위험을 인지했는지, 이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는지가 입증돼야 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법이 정하는 의무 위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형량에는 아쉬움이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검찰 구형과 비교해서도 매우 선고된 형량이 대단히 낮아 실망스럽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것은 원청 대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지만 선고된 형량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산업안전보건법 형량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중 안전ㆍ보건조치의무 위반치사죄 양형 기준을 기본 징역 1년~2년 6개월, 가중 사유가 있는 경우 징역 2~5년으로 권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지만 법 취지를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3000만 원으로 검찰이 구형한 1억6000만 원에 비해 역시 한참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권영국 변호사는 "법인은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벌금이 얼마나 책정되는지가 법원이나 사법당국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이전과 차별화된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양형 사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족들은 생활을 위해 보상금을 받고 처벌불원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쓰게 됐던 한 장짜리 서면이 처벌을 낮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인 의미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 강원도 삼척 출신
△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외국인력 정책에 관한연구(행정학 박사)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