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건강·레저·맛집

영화 <과속스캔들> 유치한 포스터에 반전을 기대

영화 '과속 스캔들'(감독 강형철)은 티저 포스터에서 3류의 냄새를 풍겼다. 코믹물의 전형, '비디오용'일 것이라는 인상이다. '인기배우 C군, 뒤늦게 밝혀진 충격 과거!'라는 궁금증 유발 표어는 촌스러운 느낌을 줬다.

 

시사회 이후 이같은 편견은 단번에 불식됐다. "재미없다"는 소수 의견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볼 만하다"는 평가가 새어 나왔다. 상당수는 "최근 본 코믹 영화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평점은 몰라도, 재미만큼은 ★ 다섯개를 줄 법하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던 차태현, 낯선 얼굴의 신인 박보영, 생소한 어린이 배우 왕석현이 반전 같은 영화를 찍어냈다. 억지웃음을 주려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고군분투 원맨쇼가 아니다. 감동과 웃음을 적절히 버무려내 미소와 폭소를 동시에 자아낸다.

 

애초에 이 영화가 '기대작' 명부에 없었다는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됐다. 의외의 재미, 기대 이상의 코믹함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매개체가 됐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를 곱씹어보면 해답이 나온다.

 

영화는 과속 스캔들에 휘말린 한 물 간 아이들 스타 '현수'(차태현)가 어느날 딸에 손자까지 생긴다는 설정으로 에피소드를 풀어 간다.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플롯이지만, 식상하지 않은 즐거움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썩은 미소를 날리며 "쓰리고에 피박에 광박"을 외치는 여섯살 꼬마 '기동'(왕석현)의 웃음폭탄이 놀랍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상을 잘 알고 있는 꼬마의 모습은 미래의 '과속 스캔들'을 추측케도 한다.

 

속도 위반이 과속으로 진행된다면 36세 나이에도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스캔들을 만들어냈다. 10대에 씨를 뿌리고, 그 딸이 10대에 임신을 하면 30대 총각이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는 셈이 나온다. 그렇게 '미혼조부-미혼모-아이'로 이어지는 '수난 3대'가 완성된다.

 

이런 설정에 살을 제대로 붙였다. 한 물 건넌 스타가 과속 스캔들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철부지 할아버지에게 꼬박꼬박 배꼽인사로 문안하는 손자의 모습이 대조의 몽타주처럼도 그려진다. 차태현 특유의 억울한 듯 찡그리는 표정과 말투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여기에 박보영의 활약이 영화 흐름을 끊지 않는 수준에서 튀지 않게 부각된다. 미디어는 지금 박보영을 '제2의 문근영'이라고까지 지목하는 중이다. 영화 '어린 신부' 속 문근영보다 조금 성숙한 모습으로 박보영이 그려진다. 발군의 연기력에 뛰어난 노래실력까지 자랑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번지르르한 겉모양에 내용 부실 '과대 포장' 영화들 속에서 정 반대의 상황으로 역전극을 벌이고 있는 '과속스캔들'이다. 유치 뽕짝 티저 포스터로 기대감을 떨어뜨린 이 영화는 반전 같은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