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in 창간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입니다
땅에선 연리지, 하늘에선 비익조 되기를…
도내 첫 보호수 홍천 연리목, 강릉서도 발견돼
전국 최고령의 소나무 연리목이 강원도 홍천군에서 군부대 장병들의 사랑을 받으며 의연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리목으로도 불리우는 연리지(連理枝)의 유래는 후한서 채옹전에 나오는 말인데 풀이하면 이을 연(連), 이치 리(理), 가지 지(枝)로 나란히 붙어 있는 나뭇가지를 뜻한다. 연리지(목)는 다른 이름으로 부부나무 혹은 사랑나무로도 불리우며 발견되면 마을마다 애지중지하며 보호하게 된다.<편집자 주>
연리지, 비익조, 비목어
후한 말의 문인 채옹(蔡邕)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해 드렸다.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 앞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싹이 나서 점점 자라더니 가지가 서로 붙어 결(理)이 이어지고 마침내 한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후한서(後漢書)」‘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연리지의 함의는 이렇게 본래는 지극한 효성을 나타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녀간의 사랑 혹은 부부의 금실(琴瑟), 부부애가 남다른 것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이렇게 읊고 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가 있건만
此恨線線無絶期(차한선선무절기)이 한은 끝없이 계속되네.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위의 시에서 비익조(比翼鳥)는 날개가 한쪽 뿐이어서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결합되어야만 날 수 있다는 새로서 연리지와 같은 함의를 갖고 있다. 전설 속의 새 비익조는 눈도 날개도 한쪽에만 달려 있어서 하늘을 날 때도 서로 몸을 붙인 채, 수컷은 왼쪽 날개로 암컷은 오른쪽 날개로 움직인다. 몸의 절반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절반의 날개와 입과 몸으로 날아다닌다.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옥황상제(玉皇上帝)가 몸의 반쪽을 찢어 구름 위에 던져 버렸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찢어진 두 쪽이 서로 합쳐질 때까지 형벌의 고통을 감수(甘受)하라는 뜻이라는데 이렇게 날개도 하나, 눈도 하나인 상상의 새 비익조는 부부 사이의 금실이 어찌나 좋은지 항상 붙어 다닌다.
비익조는 중국의 고서인 산해경에 나오는데, 하늘의 비익조나 땅의 연리지와 같은 의미로 바다에는 비목어(比目魚)가 있다고 한다. 역시 산해경에 나오는 물고기다. 비목어는 비익조와 마찬가지로 암수의 눈이 각각 하나씩 밖에 없어 두 마리가 좌우로 나란히 달라붙어야 비로소 헤엄을 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부가 함께 의지하고 어울리며 몸과 그림자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비목어로 상징 하였으며,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속설에는 우리 나라에서는 가자미류를 비목어라 이른다고 한다.
사랑나무로도 불리우는 연리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무의 줄기나 가지가 맞닿아 오래 있으면 세포가 합쳐져 한 나무처럼 서로 연결되는데 맞닿은 가지는 세월이 갈수록 굵어져서 접촉부분은 심하게 눌려지기 마련이다. 여러 해가 지나면서 맞닿은 가지는 차츰 껍질이 밀려나고 맨살에 해당하는 진짜 나무 부분이 서로 부딛는다. 여기에는 활발하게 분열활동을 하는 부름켜라는 조직이 있는데 양쪽 부름켜가 만나서는 먼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이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야 서로 합치고 사랑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맏닿은 나무가 소나무라면 먼저 상대가 같은 소나무인지를 서로 확인한다. 이런 절차가 끝나면 조심스럽게 서로의 세포를 조금씩 연결해 가는데 이런 과정은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이후에는 한쪽 나무를 잘라버려도 다른 쪽 나무의 영양 공급을 받아 살아 갈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물리적으로는 함께 하고 있지만 화학적인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연리가 된 나무 중에서 줄기가 연결된 것은 연리목으로, 가지가 연결된 것은 연리지라고 부르게 된다. 이 가운데서도 가지는 바람에 잘 흔들리므로 연리지 되는 것은 연리목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또한 연리목은 혼인목(婚姻木)이라 불리우기도 하는데 같은 종류, 혹은 다른 종류의 나무 두 그루가 자라면서 자리를 내어 주기도 하고, 필요하면 뻗어나가기도 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쌍의 나무를 일컫는다. 혼인목의 특징은 어느 한 나무가 먼저 죽으면 다른 한 나무도 서서히 죽어가는데, 그 이유는 서로 의지하던 나무 한 그루가 없어지면 자연 조건도 변하기 때문이란다. 둘이 있던 자리에 하나만 남으니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햇빛이나 비, 바람 모두 그 전달되는 강도가 달라지게 된다는 것인데 자연의 섭리란 참 오묘하기도 하다.
연리목처럼 나무는 아니지만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비유하는데 비익조(比翼鳥)와 비목어(比目魚)라는 말이 쓰이기도 한다. 비익조는 상상의 새로 암수가 각각 좌우 한 개의 눈과 날개를 가지고 있기에 혼자서는 날 수가 없어서 서로 몸을 맞붙인 채 각자의 날개를 함께 퍼득이며 하늘을 나는 것이다. 비목어 역시 서로 다른 물고기 두 마리가 각각 한 쪽 눈만 갖고 있어서 좌우로 달라붙어야 비로소 헤엄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천과 강릉에서 발견된 연리목
화제의 연리목은 290여 년 수령의 소나무로 지금까지 발견된 연리목 중 가장 오래되고 수형이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천군 남면 유치2리 육군 제3기갑여단 660포병부대 담장 안 소나무 숲에 자리 잡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이 연리목은 지난 2004년 9월 발견돼 그해 11월에 보호수로 지정됐으며 연리목으로선 강원도내 첫 번째 보호수가 되었다. 이 연리목은 작은 소나무가 2m높이에서 큰 소나무와 연결돼 있으며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엑스(X)’자 형태의 특이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는 등 한쌍의 부부를 연상케하고 있다.
홍천의 포병부대에서 연리목을 발견한 유래는 다음과 같다. 이 부대 박종성 주임원사는 4년 전 모 TV방송에서 연리목에 대해 방영하는 것을 유심히 보다가 “우리 부대엔 저것보다 더 큰 희귀목이 있는데… ”라고 생각을 했단다. 나중에 그 희귀목이 연리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후 박 원사는 사진을 찍어 홍천군에 보호수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해서 마침내 연리목 중에선 도내 첫 번째로 지정받기에 이르렀다.
연리목은 강릉에서도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강릉시 강동면 산성우리 주민들에 따르면 2004년 5월 말경 마을 근처 야산에서 두 나무가 붙어 자라는 연리목이 발견됐다는 것. 이번에 발견된 연리목은 가슴 높이의 둘레가 35㎝, 높이가 20여m쯤 되는 붉은 색을 띤 소나무로 주민들은 수령은 50년 쯤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두 소나무의 형상은 뿌리 쪽이 밀착되었다가 15㎝ 거리를 두고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인데, 지면에서 2m쯤 되는 곳에서 두 나무가 다시 만나 30㎝ 가량 합쳐지다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충북 괴산군은 연리목이 발견된 후 아예 산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청천면 사랑산의 이름은 원래 제당산이었으나 10여 년 전 연리목이 발견 되자 괴산군에서는 현재 불리우고 있는 사랑산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사랑산은 북으로는 옥녀봉 남서릉과 함께 합작한 용세골, 서쪽 달천강, 남쪽 화양구곡을 품고 있는 화양천 등 비경지대로 에워싸여 있는 형국인데, 괴산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비경으로 알려진 용추폭포와, 그 아래로는 이 산 이름을 낳게 한 희귀 소나무 연리목(戀理木)이 숨어 있다. 군 관계자는 산 이름이 사랑산으로 바뀌면서 외지 등산객의 수가 많이 늘었다고 귀띰하기도 했다.
연리목을 설명해주고 있는 박종성 주임원사
20년 무사고, 군부대 지켜주는 연리목
홍천 포병부대 연리목에 대한 장병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엔 행여 부러질까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주는 등 남다른 애정으로 보살피고 있단다. 장병들의 이런 지극정성 때문인지 이 부대에선 창설 이래 지금까지 총기사고 등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육군 내 유일한 무사고 부대로 장병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대단하다. 부대 관계자에 따르면 660포병부대의 무사고 행진은 벌써 20년째를 맞고 있단다.
박 원사는 “부대에서는 이 연리목을 ‘사랑나무’로 부르고 있다”며 “장병들은 제대 기념으로, 부대를 찾은 면회객들은 방문 기념으로 연리목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어 추억을 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부부가 서로 안고 있는 모습처럼 자라고 있는 연리목 사이를 지나면 부부의 정이 더욱 좋아진다는 유래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박 원사는 또 “산림 전문가들이 연리목을 진단한 결과 큰 나무는 290년, 작은나무는 110년 가량으로 수령을 추정했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연리목이라고 알려줬다”고 자랑했다.
요즘 사람들이 땅에선 연리목(連理木)이 되고 하늘에선 비익조(比翼鳥)가 된다면 이혼법정은 폐지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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