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나리포터뉴스

언론노조, 파업 투쟁 막 올랐다

26일 새벽 6시 기해 돌입... MBC 앵커 교체, SBS 블랙투쟁

 

"방송을 재벌과 조중동에 넘겨줄 순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이 예정대로 26일 오전 6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는 방송법 등 7개 언론관련법에 맞서는 총파업으로 방송사 노조의 경우 1999년 통합 방송법 제정을 앞두고 실시한 총파업 이후 9년 만이며 언론노조 차원으로는 사상 초유의 파업이다. '손을 턴'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열리는 '방송장악 저지 언론노조' 집회에 참여한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법을 '언론 7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해 왔다. 대기업의 방송 경영과 신문방송 겸영 전면 확대로 인한 여론 독과점, 여론 다양성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여당의 무리한 법안 처리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여당이 언론관련법을 강행 처리할 조짐을 보이자 결국 총파업 카드를 꺼낸 것이다. 여야의 협상기간이 25일로 끝남에 따라 결국 언론관련법은 한나라당이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경우 오는 29일이나 30일 중 직권상정을 통한 처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우선 MBC 노조와 SBS 노조가 '선도파업'에 나서고 CBS노조, EBS 노조 등 대부분의 방송사 노조가 이번 파업에 참여한다. 신문 통신사들은 '지면파업', '보도파업'을 벌이며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신문사들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언론 관련법 개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2차 지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자사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 그 뜻 헤아려주시기를"

 

26일 파업은 이미 박혜진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25일 방송에서 예고했다. 박 앵커는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본사를 포함한 언론노조가 내일 아침 방송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말한 신경민 앵커의 말을 받아 "조합원인 저도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 앵커는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스데스크>는 당분간 신경민 앵커 단독 진행으로 유지된다.

박 앵커뿐이 아니었다. 파업 개시 시각인 새벽 6시에 시작한 MBC <뉴스투데이>는 비조합원인 김상운 김수정 앵커가 진행했다. 박상권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가 빠졌다. 평일 <뉴스24>를 진행하고 있는 김주하 앵커도 26일 밤부터 성경환 앵커로 대체된다. 박경추 앵커와 박소현 앵커가 진행해 온 저녁 <630 뉴스> 역시 성 앵커가 대신 자리를 메운다. 박경추 앵커는 대신 26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열릴 언론노조 집회 사회를 맡는다. 일부 짧은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

뉴스뿐이 아니다. MBC 인기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파업 기간 동안 제작에서 '손을 턴다'. <무한도전>, <일요일일요일밤에> 등의 예능 프로그램과 <에덴의 동쪽>, <종합병원 2>등을 제작하는 PD조합원들도 당연히 파업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불방이 불가피하다.

12월 마지막주에는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수대상 등 큰 시상식들이 많아 제작 자체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새해가 될 경우 결방, 재방 사태가 속출할 전망이다.

MBC 노조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생각은 결국 MBC '민영화'"라고 주장해 왔다. 언론 관련법으로 대기업과 조중동에 방송을 개방하는 1단계 조치, 내년초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공영방송법을 통해 MBC를 '공영'의 틀에서 아예 빼 버리는 2단계 조치를 통한 '민영화' 시나리오란 것이다.

 

MBC 사측, 파업 사태 우려, 명분에는 공감... SBS, 검은 옷 입고 진행

MBC 사측은 파업 사태에 우려의 뜻을 전하면서도 노조의 파업 명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엄기영 사장은 24일 담화문을 내 "(노조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택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해 달라"면서도 "방송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방송의 상업화와 여론의 독과점 현상 등 또다른 부정적인 여파가 밀려올 것" "MBC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는 데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SBS 노조 역시 3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참여한다. 일단 뉴스 진행 조합원들은 이탈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블랙투쟁'으로 파업을 시작했다. 새벽 6시 <출발 모닝와이드>를 진행한 김석재 최혜림 앵커는 물론, 스튜디오에 나온 모든 기자들도 검은 색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했다.

KBS 노조의 경우 총파업에 동참하지는 않지만, '사원행동' 일부가 연차를 내고 26일 오후 2시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새 노조 역시 산하에 '방송악법저지특위'를 만들어 한나라당의 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YTN 노조와 <한겨레>, <경향>노조 등도 일단 보도파업에 나선 뒤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파업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오전 9시30분부터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해 보도하고 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총파업을 앞두고 낸 담화문을 통해 "'언론은 일체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전파는 결코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언론노동자로서 삶을 사는 동안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가치"라며 "우리가 생명처럼 여기는 지면을 접고 방송을 멈추어서라도 언론장악의 마수를 반드시 잘라내자"고 밝혔다.

MBC 노조와 SBS 노조, EBS 노조 등은 26일 오전 각 방송국에서 '출정식'을 연다. 오전 10시 30분에는 '국민 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언론인 시국선언 대표자회의'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다. 파업 지지와 함께 '언론장악 7대 악법 강행 중단'을 촉구한다. MBC 지역 조합원 등 1000여 명의 조합원들도 상경한다. 오후 2시에는 '방송장악저지 전국 언론노동자 결의대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법안을 폐기하기 전에는 파업을 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만일 한나라당의 방침 변화가 없거나, 다음 주중 직권상정 처리될 경우 언론노조 총파업은 대부분의 지부가 전면 총파업에 나서는,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출처 : 언론노조, 파업 투쟁 막 올랐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