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주도로 26일부터 시작된 총파업으로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언론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데 대해 언론노조가 반발하면서 시작된 이번 총파업으로 촉발된 갈등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 왜 총파업 카드 꺼내 들었나 = 방송사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은 1999년 7월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국방송노조연합이 총파업에 나선 이후 9년 만이다.
언론노조가 9년 만의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한나라당이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에 상정하려는 7개 언론관계법 때문이다.
여당이 마련한 7개 언론관계법의 핵심은 IPTV 등과 같은 디지털 다채널 시대가 도래한 데다 국내 방송시장 개방에 앞서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한편 방송사에 대한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정병국 위원장이 이달 초 신방 겸영 허용, 인터넷 포털 뉴스서비스의 신문법 적용 및 포털뉴스 등에 대한 언론중재 신청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7개 미디어 관련법안 개정안과 관련,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여당의 인식을 잘 대변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는 무한정으로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데 우리만 발목을 묶어 놓고 경쟁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특정 언론사가 여론을 독과점할 수 없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당시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 환경에 맞지 않은 낡은 규제, 불균형적 규제, 위헌적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노조의 시각은 판이하다.
여당의 언론관계법은 재벌과 일부 보수 신문들에 방송 뉴스를 넘겨주고 언론계를 재벌 위주로 재편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게 언론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MBC는 여당의 언론관계법의 총구가 자신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파업의 선봉에 서고 있다.
이는 재벌과 보수 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허용한 여당의 신문ㆍ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자신들이 가장 먼저 민영화 등과 같은 위상 재정립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파업 관련 담화문에서 "언론은 일체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돼야 하며, 전파는 결코 특정세력의 이익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언론노동자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파업 후유증 예고 = 언론노조의 파업에 따른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언론관계법을 연내에 상정, 입법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민주당과 언론노조 등은 여당의 언론관계법이 각계의 여론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한 가운데 언론노조의 총파업 선언과 관련, "언론 관련법에 대해 인식을 제대로 하고도 파업을 한다면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고, 만약 그렇지(인식하지) 못한다면 기술발전에 의한 미디어 빅뱅 시대에 대한 인식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방송 겸영을 핵심 내용으로 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미디어 빅뱅 시대에 칸막이를 제거하는 작업"이라며 "이미 세계의 모든 나라는 신문과 방송이 겸영을 하고 있고 대기업이라고 하는 개념 규정이 아예 없다"고 언론관계법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총파업이라는 최종적인 카드를 꺼내든 만큼 여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을때까지 투쟁 수위를 점차 높일 계획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 다시 한번 투쟁 결의를 다진다. 언론노조는 산하 지역협의회를 상대로 '해당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언론관계법 현황을 취재해 적극 보도한다'는 파업지침 7호를 발표했다.
지역 신문 12개사도 지난 24일자부터 현 정부의 언론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기사를 게재하는 지면 파업을 통해 동참하고 있다.
언론노조의 이번 파업이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여당의 입장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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