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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칼럼

[독자기고]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 2 국가권력이 만든 탄광지역의 산업전사

이미 태백·삼척·정선지역에서는 폐광근로자협의회, 퇴직근로자협의회 등의 퇴직 광부 단체가 결성되어 활동에 들어간 바 있다. 또 경기도 지역에는 향우회 성격을 지닌 함우회(함태광업소 출신 친목회)나 강우회(강원탄광 출신) 같은 단체도 있었다. 광부는 순직하든 않든 간에 ‘산업전사’의 호칭으로 예우되었다.

 

이 글 2장에서는 국가권력이 형상화한 ‘산업전사’ 이데올로기를 살피면서 성역화 사업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 책무를 살피고, 3장에서는 탄광촌 실정과 광부의 노동 현실을 돌아보면서 성역화 사업이 필요한 의미와 배경을 찾고자 한다. 4장에서는 ‘광도(鑛都) 태백’의 상징성을 통해 성역화 장소로 태백이 지니는 대표성을 살피고, 5장에서는 석탄산업 유산의 가치를 확인하면서 성역화 공간과 연계할 수 있는 시너지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2. 국가권력이 형상화한 ‘산업전사’ 이데올로기

‘산업전사’라는 호칭은 그 자체로 이미 서러운 이름이다. 노동자에게 목숨을 담보로 노동을 강요하는 호칭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이름의 유래에는 일본제국의 식민지 생활을 겪은 조선인의 서러움이 배어있어 더욱 서러운 이름이다. “‘산업전사’는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총동원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호칭” 으로 일본제국이 노동자의 동원을 위해 끌어들인 전사(戰士)의 개념에서 비롯한다.

이 호칭은 이병례, 「아시아-태평양전쟁기 ‘산업전사’이념의 형상화와 재현」, 『사총』94호,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2018, p.33)에서 나타난다.

 

일본 제국주의는 1939년 7월8일 제정된 국민징용령을 발동하여 전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조선을 비롯한 모든 식민지 주민 16~50세의 남자를 동원 대상으로 삼았다. 이때 국가권력은 언론을 통해 ‘산업전사 총동원할 국민징용령 발동’ 《매일신보》, 1939. 9. 30.(사진 참조) 이라고 밝히면서 전쟁터로 출정하는 군인과 노동자를 동일한 전사로 명명했다. 국가권력이 나서서 노동자를 ‘산업전사’라고 공식화한 것이다.

 

산업전사 이념은 노동현장의 긴장감을 유도하는, 전시를 실감하게끔 하는 강력한 문화적 장치 중의 하나이다. (중략) 산업전사가 호명될 때 일상의 어딘가에 늘 전시(전쟁)를 의식하도록 하는 문화효과를 드러낸다. (중략) 산업전사 이념은 지배권력에 의한 일방적이고 주입된 이데올로기일 뿐만 아니라 주체와 대상간 침투에 의해 전유, 재생산되고 있다.” (이병례, 앞의 책, pp.35~36.)<다음호에 계속>

 

정연수 소장은 태백 출신으로 현재 강릉원주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한 그는 지난 1991년 탄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탄광이 빚은 삶들을 문화영역으로 끌어올린데 이어 지난 2020년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