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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칼럼

기고-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 13 탄광민속문화의 보존계승과 발전필요

3) 탄광 민속 복원하기

탄광문화 계승을 위해 ‘동발조립 민속 경연대회’를 추진하는 등 탄광의 무형문화 유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19년 11월 29일 휘닉스 평창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강원학 대회의 ‘강원도 무형문화유산의 세계화’ 토론에서 필자는 두 가지 제안을 했었다. 첫 번째가 동발 조립 경연 대회를 계승 발전시켜 강원도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계읍의 흥전지구(중앙갱)를 비롯하여 태백 장성의 장성광업소(머잖아 폐광할 것이므로), 정선 사북의 동원탄좌 현장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 것이다.

 

태백에서 열리던 광공제와 태백제에서 동발 조립 경연대회가 있었듯, 1995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해마다 개최되는 사북석탄문화제에서도 초기에는 동발 조립 대회가 등장한 바 있다. 사북석탄문화제에서는 경연대회가 아니라, 동발을 세우는 지주 시공 시범 대회(지주 세우기 대회)로 등장했다. 광부들이 작업복과 작업모 및 안전등을 갖추는 ‘작업복 빨리 입고 달리기(광부 복장 빨리 꾸미기)’라든가, 갱목 자르기 등의 행사는 탄광민속을 보여주는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척·태백·정선 어느 지역의 축제에서도 탄광민속 경기는 볼 수 없다. 삼척 도계에서도 탄광촌 축제인 블랙다이아몬드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탄광민속을 다룬 행사는 없다. 광부의 동발 조립 경연 대회, 광부 작업복 빨리 입고 달리기, 갱목 자르기 등의 탄광민속을 계승해야 한다. 동발 세우기는 수평 동발, 노보리(승갱도) 동발, 다대꾸(수직) 동발 등 지형적인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형문화재의 기능과 일치한다.

 

2000년대 들어 탄광이 기계화되고, 쇠동발을 사용하면서 근래에 입사한 광부 중에서는 목동발 조립을 못할 정도로 기술 전수가 중단되는 실정이다. 목동발을 다룬 광부들이 더 떠나기 전에 동발세우는 기술들을 전수할 필요가 있다. 목동발 경연대회를 열면 예닐곱 팀만 출전해도 큰 운동장 하나를 다 차지할 것이다. 이는 볼거리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으므로, 지역의 문화원과 연계하여 지역의 산업민속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1968년의 광공제를 기점으로 잡을 경우 탄광민속축제는 53년이 지난 역사성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산업축제라는 지역의 정체성까지 감안하면 가치 있는 전통계승이 될 것이다. 강원도무형문화재 중에서 탄광민속을 포함하는 내용은 단 한 가지도 없다. 탄광지역이 이를 계승하여 ‘동발 조립 경연’ 혹은 ‘탄광민속제’라는 명목으로 강원도무형문화재에 등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석탄산업전사 성역화 사업과 탄광민속 복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동발 조립은 광부의 기능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모든 탄광이 폐광되었을 때 이러한 기술을 전수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의 가치를 찾고, 지역의 유산을 배경으로 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한편 탄광 문화와 관련한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 사북지역에서는 2019년에 외부용역을 통해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태백과 삼척에서도 기초적인 아카이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미지한 작업이 많은 만큼 지역주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석탄산업 유산 자료의 목록화가 필요하다. 흩어져 있는 것을 한곳에 모으는 것은 힘들지만, 목록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탄광 관련 단체(순직유가족협회, 진폐협회, 퇴직 광부협회 등)에서도 정부의 예산을 통한 사업 추진 이전에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탄광촌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택을 비롯한 광부의 생활상 관련 자료 확보, 탄광촌 민속연구, 광업소 제례 조사, 탄광시선집 및 탄광소설선집 발행, 탄광 문화 도서의 외국 번역판 발행, 파독 광부 훈련 백서 발행, 연탄 문화 관련 자료 수집, 광산 영역 세계유산과 강원도 탄광 비교 조사, 진폐환자 활동 백서, 탄광 작업 장비 조사 및 변천사 연구, 탄광 노동 운동 및 주민 운동사 자료 정리에 나서야 한다.

 

지역에서 7개 탄광촌과 연대한 탄광지역학술 세미나를 비롯하여 아시아 민속학회 및 강원학센터와 연계한 강원지역 학술대회 개최 등도 고려할 수 있다. 강원도 탄광촌의 자료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일제강점기의 자료와 이 시기의 석탄산업 약탈 부분인데, 구술을 통해서라도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4) 석탄산업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2020년에는 강원도 탄광촌 4개 시군에서 실제적 활동을 전개하던 4개 단체(탄전문화연구소, 삼척 폐광활성화센터 등)와 강릉원주대학교 링크사업단이 함께 참여하면서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등재추진위를 결성했다. 이후에는 충남에서 활동하는 보령탄광문화유산연구소도 동참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라는 세계유산화를 추진하는 큰 기획 아래에서 태백의 석탄문화 유산을 보존하며, 도시 재생산을 고민해야 한다.


유네스코 등재를 준비하는 큰 그림 속에서 지역의 공간(장성광업소-산업전사위령탑-함태탄광 유적)과 새롭게 만들어진 탄광 관련 유산(석탄박물관-철암탄광역사촌-파독광부전시실) 등을 연결해야 한다. 앞으로 유네스코 추진은 강원도의 4개 시군 외에도 문경 보령 화순 등의 탄광도시와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충남-전북-전남 등 3개 광역자치단체에 5개 지자체에 속해있는 것이고 보면, 강원도의 석탄산업 유산 역시 충남 보령, 경북 문경, 전남 화순의 탄광촌과 연계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그런 커다란 연대의 기획 속에서 움직일 때 태백의 산업전사 추모와 성역화 사업 역시 한국의 광부 전체를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석탄산업 유산을 세계적 문화자산으로 만들 때 산업전사의 추모와 성역화 작업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석탄산업 유네스코 관람객을 받아들일 때, 성역화 공간은 산업전사의 추모공간에서 영예의 전당이자 교육의 전당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의 광산은 총 17개소이며, 이중 석탄광산은 총 6개소이다. 일본의 탄광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사유가 메이지 산업혁명의 가치와 연계한 것이고 보면,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한국의 석탄산업 역시 이에 밀리지 않는다. 유네스코 등재라는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태백에 남아 있는 유산을 보존하고, 유산 각각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탄광문화 자료 수집, 수집된 자료를 중심으로 의미 부여하기, 탄광문화의 가치를 홍보하는 활동,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소도의 함태탄광 유산, 장성의 장성광업소 유산)을 우선 선정하여 지속 가능한 산업 활동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태백시에는 이중교와 철암선탄시설 같은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시설 외에도 현재 운영중인 장성광업소와 폐광한 함태광업소의 수갱을 비롯한 일부 시설이 남아있다. 광업소의 대규모 압축기실이라든가, 국내 최대 규모의 목욕탕 같은 시설은 탄광의 특성을 지닌 시설은 활용가치가 높다. 최근(2019년 10월)에는 장성광업소 최초(1978년 건립)의 아파트형 사택인 화광아파트를 철거했는데 석탄산업 유산으로서는 손실이 크다. 화광 아파트는 화장실에 밖에 있는 아파트여서 최초의 아파트 외에도 건축적 측면에서도 독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장성과 가까운 도계지역에도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는 없었다. 이처럼 탄광촌의 문화를 보여주는 유산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유일하게 운영 중인 장성광업소는 곧 폐광을 앞둔 만큼 이 시설을 전부 확보하여 지역 자체를 살아있는 ‘도시 박물관’으로 보전해야 한다. 태백시, 특히 장성광업소는 한국의 탄광을 이끌어가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강원지역에서 탄광이 가장 먼저 개발한 영월의 경우에는 남아있는 석탄산업 유산이 거의 없다. 영월은 탄광문화촌을 나중에 설립하면서 대부분 모형으로 만들어야 했다. 영월에 실정을 거울로 삼아서 태백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업유산이란 훼손하고 나면 복원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강원도 내에 남아있는 시설 중에는 고한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시설이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석탄산업 유산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사북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시설이 석탄유물종합전시관(사북탄광문화관광촌) 역할을 했다. 삼척 도계에는 도계광업소와 경동상덕광업소가 운영 중에 있어서 산업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