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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인터뷰·칼럼

산업전사 특별법 제정위한 제2차 포럼 기고-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12

태백시의 공적 직제 만들어져야한다

지난해 본지 태백정선인터넷뉴스의 슬로건은 ‘광부의 희망, 꿈을 찾아서’였으며 (사)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위원장 황상덕)의 활동에 따른 기획특집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1차 포럼 가운데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의 주제발표의 내용 전문을 게재했다.

 

올해 주제는 석탄산업전사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예우,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산업전사들을 위한 문화행사, 석탄산업유적지 발굴, 캠페인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했다. 따라서 ‘산업전사의 고향에 빛을’ 이라고 정했다. 그 첫 번째 특집으로 지난해 12월9일 강원랜드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위한 2차포럼 ‘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이래서 필요하다’ 주제발표 전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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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갈 길이 멀다. 제주4·3사건이나 광주 5·18민주항쟁의 사례에서 보듯 오랜 시간을 가지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주민의 연대와 국민적 공감대 그리고 법을 제정하는 권한을 가진 중앙부처와 국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투쟁을 각오해야 한다. 진행 방식은 단기와 장기 방안으로 나눠야 한다. 단기 해결책으로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내에 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조항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는 것이다.

 

▲탄광노동으로 발생한 순직산업전사 및 탄광 직업병으로 인한 질병재해순직산업전사에 대한 예우의 조항을 신설한다. ▲산업전사 예우를 위한 산업전사위령탑 및 위령각 조성, 위령제, 순직산업전사(질병재해순직산업전사 포함)의 현황 조사 및 기념사업에 대한 경비를 지원한다. ▲탄광노동으로 발생한 순직산업전사 및 탄광 직업병으로 인한 질병재해순직산업전사 예우를 위한 직계가족의 강원랜드 입사 가산점을 부여한다.

 

‘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산업전사 성역화추진위와 태백현안대책위가 활동에 들어가면서 강원도에서 반가운 조례가 제정되었다. 2020년 12월 제 296회 강원도의회에서 강원도 조례 제4646호 <강원도 탄광 순직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태백지역 중심의 목소리를 강원도로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제1조 목적에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과 산업근대화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다 순직한 산업전사들의 존엄한 위상 제고와 이들의 예우를 높이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그 의미를 밝힌 자체로도 큰 성과이다. 제3조 도지사의 책무에서 “순직산업전사의 위상 제고와 예우를 높이고자 하는 시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나 제4조 지원에서 ‘순직산업전사 추모 또는 기념사업, 순직산업전사 유가족 복지·휴양 사업, 그 밖에 순직산업전사 명예를 선양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도 적절했다.

 

다만, 제2조 정의에서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이라고 밝힌 ‘순직산업전사’의 범위는 동의하기 힘들다. “순직산업전사란 강원도에서 탄광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현장에서 매몰사고로 순직한 자를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가 정한 정의는 유권해석에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서둘러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원도 조례는 순직산업전사를 “현장에서 매몰사고로 순직한 자”로 국한하고 있어 조례 시행에 논란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에는 화약사고, 낙반사고, 질식사고, 광차사고, 티플러 사고를 비롯하여 매몰 자체가 생기지 않는 갱 밖의 숱한 사고는 순직산업전사의 예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시의원·도의원·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조례(법)를 제정하기 위해 기획하고, 행정공무원과 타협하고, 동료 의원을 설득하기까지 많은 노고가 뒤따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강원도 탄광 순직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조례> 제정에 고마움을 표한다. 하지만, 조례(법)는 시행을 위한 것이므로 완전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매몰사고로 순직한 자”라는 구절보다 더 중요한 내용도 있기 때문에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와 언론 그리고 탄광과 탄광촌에서는 ‘산업전사’라는 용어를 순직하지 않는 모든 광부의 호칭으로 두루 사용하였다. 하여, 순직산업전사에게 제한하여 적용하고자할 때는 탄광사고 뿐만 아니라, 탄광노동으로 인해 얻은 직업병에 대해서도 동일한 예우가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의 모든 공직자는 사고 순직뿐만 아니라 공무상 질병까지 순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광부의 대표적인 직업병인 진폐증은 국가와 의료계도 공인한 질병이며, 산재병원에서 취급하듯 ‘산업재해’로 공인받고 있다.

 

한편, 장기 해결책으로는 정부부처와 국회의원을 설득하여 ‘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특별법’을 신설해야 한다. 산업전사를 유공자로 대우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는 광부의 진상을 알리고, 산업화 속에 피해를 당한 광부의 삶을 법적으로 산업전사라 보증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국가권력이 석탄증산에 광부들을 몰아붙이는 사이에 안전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탄광에서는 순직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진폐증 발생을 예측하면서도 방진대책이 온전하지 못한 일 역시 감독기관인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 노동부, 광산보안사무소 등 탄광의 감독기관은 모두 국가기관이었는데도 안전시설 미확보는 눈을 감고 석탄증산만 독려하는 데 동조했다.

 

추진위에서는 광부와 그 가족이 국가로부터 겪은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피해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 확보와 더불어 산업전사의 역할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대중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광부 생애 구술사, 자서전, 기록 녹음 및 영상녹화, 광부의 삶에 관한 예술 장르 접목(문학·음악·연극·다큐멘터리·영화 등), 전문연구자를 통한 학술논문 발표, 정기적 세미나 및 자료집 발간과 배포 등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순직, 진폐재해, 진폐의증, COPD 등의 재해대상자와 미포함자들도 장기근속 등에 따른 유형별 산업전사 현황에 대한 통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4·3사건이나 광주 5·18민주항쟁을 규명한 단체가 제주4·3연구소, 5·18연구소, 5·18기념재단 연구소에 조사관과 전문연구원을 두고 지속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태백지역에서 추진하는 ‘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특별법’은 커브와 엘더(Roger Cobb & CHarles Elder)가 제시한 대중주도의 정책형성 4단계에 닿아있다. 첫 번째, 정책의 개시 단계(문제점으로 제기하는 단계)에서는 산업전사 예우를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두 번째, 문제점의 구체화 단계는 산업전사의 범위와 예우방안 등의 구체성을 명료화한다. 세 번째, 의제의 확산단계(정책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산업전사 예우가 지닌 “의의와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인식의 공감대 형성에 기인”할 수 있도록 포럼, SNS, 가두시위, 대정부 투쟁 등을 통하여 대중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확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제 확산을 반대하는 ‘확산 봉쇄’ 집단(5·18의 경우에는 신군부와 지배세력 같은)도 만나는데, 이들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네 번째, 의제가 채택되는 입장(entrance) 단계는 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특별법 의제가 정책수립가(적극적 국회의원과 정당)에게 채택된 단계이다.

 

현재, 정책형성 1단계와 2단계를 오가고 있는 ‘산업전사 예우에 관한 특별법’ 추진은 장기적 관점을 지니고 공감대 확보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국회에서 입법을 가능하게 하려면 “국회라는 제도의 경계선 밖의 활동자와 깊은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과 유권자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행정부·관료·정당·여론·압력단체·지방적인 작용 등과의 상호작용도 보아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순직유가족협회, 6개 진폐재해단체를 비롯하여 탄광노동자와 가족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국의 세력을 규합하고, 7개 탄광촌 전체의 공감대도 함께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 활동을 위해서는 산업전사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소 개설과 전문연구위원 위촉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일회성 포럼이 아닌 지속적인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자료를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업 방향을 기획하고 재조정하면서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산업전사 성역화추진위’와 ‘태백현안대책위’라는 민간기구 외에도 태백시의 공적 직제가 편성되어 함께 호흡해야 한다. 태백시는 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을 ‘위령탑과 위령각의 공간 확대와 순직 광부 추모 사업’ 정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장성광업소 폐광 이후에 전개될 ‘탄광문화유산을 활용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전사의 공적을 기리는 과정은 폐탄광의 시설에 혼을 불어넣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을 넓혀줄 것이다. 카지노의 위성도시로 전락한 태백시와 삼척시 도계읍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시 직제 내에 탄광문화유산과를 신설하여 민간기구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