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공사의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전환을
지난해 본지 태백정선인터넷뉴스의 슬로건은 ‘광부의 희망, 꿈을 찾아서’였으며 (사)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위원장 황상덕)의 활동에 따른 기획특집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1차 포럼 가운데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의 주제발표의 내용 전문을 게재했다.
올해 주제는 석탄산업전사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예우,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산업전사들을 위한 문화행사, 석탄산업유적지 발굴, 캠페인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했다. 따라서 ‘산업전사의 고향에 빛을’ 이라고 정했다. 그 첫 번째 특집으로 지난해 12월9일 강원랜드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위한 2차포럼 ‘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이래서 필요하다’ 주제발표 전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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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업전사의 유산 승계를 위한 과제1) 대한석탄공사의 ‘탄광문화유산공사’ 전환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4장 1절의 ‘대한석탄공사의 ‘탄광문화유산공사’ 전환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부분은 발행 예정인 『강원도 석탄산업유산의 현황과 세계유산화 활동 방안』(강원연구원)에 수록한 내용에서 전재.
대한석탄공사 소속 3개 탄광 중에서 장성광업소는 2024년을 전후하여 폐광할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던 장성광업소의 폐광은 태백시의 존립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대한석탄공사의 존립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석탄공사 진로를 놓고도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인데, 지금으로선 광물자원공사가 광해공단과 최근 통합한 것처럼,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흡수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광업소가 없는 상태에서 통합한다는 것은 자산에 대한 통합일 뿐, 사실상 해체나 마찬가지이다.
석탄공사 산하광업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던 예전에도 이미 통합 논의는 있었다. 2015년에는 석탄공사를 석유공사나 가스공사와 통폐합하는 방안이 거론되었으며, 2018년에는 광해공단·광물공사·석탄공사의 통합이 거론되었다. 장성광업소 폐광 이후부터는 석탄공사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 상황은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 통합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실공기업의 대표주자로 논란이 되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강원랜드의 최대 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면서 부채 문제는 자유로워졌다. 2021년 9월 15일 광해광업공단으로 출범하면서 ‘광물 자원 탐사, 개발 기획 설계, 생산, 광해 방지, 광산지역 발전 사업’ 등을 하나의 선상에서 추진하는 동력을 얻었다. 짚어야 할 것은 통합 이전의 기관인 ‘한국광해관리공단(韓國鑛害管理公團)’의 핵심이 ‘광해(鑛害)’, 즉 광업 활동으로 인하여 생기는 피해의 관리에 있다는 점이다. 새로 출범하는 기관의 명칭인 광해광업공단에도 ‘광해’를 이어받고 있다. 그동안 광해는 폐수·지반침하·산림복구 중심으로 진행되어왔을 뿐, 그곳에 종사하던 광부와 주민들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을 위해 석탄광물을 개발하고, 그 과정에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여러 공사들이 겪는 문제이긴 하지만, 석탄공사의 부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석탄생산원가보다 연탄값이 싸게 책정되었다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 석탄공사의 존재 이유는 1980년대 말까지는 한국산업에너지원을 생산하기 위해서였고, 지금까지는 서민들의 난방을 위한 국가 지원책이었다는 점이다. 자본잠식이나 부채 문제는 다른 공사의 여건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석탄공사의 여건과 단순 수치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위의 인용문에도 나왔지만, 석탄공사는 ‘정부 손실보전 규정이 있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제 가장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점은 석탄공사의 존립에 관계된 것이다. 장성광업소·도계광업소·화순광업소 등 3개만으로 대한석탄공사가 기관을 유지하고 있는 터에, 가장 규모가 크던 장성광업소 폐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한자원의 채굴 특성이나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추세로 볼 때 나머지 도계광업소와 화순광업소의 운명도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석탄공사의 존립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광해공단으로 편입하여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석탄공사를 광해광업공단에 편입하여 해체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 아니라, 탄광촌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동안 광해공단은 카지노 수익금을 통해 폐광지역 7개 시군에 ‘적선하듯 퍼주는’ 지원형태에 불과했다. 폐광촌의 대체산업이라고는 카지노 외에는 변변하게 성공한 것도 없고, 실직광부와 폐광촌 주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따라서 석탄공사의 진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행정기관이 통합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탄광문화유산공사’ 같은 체제로 독립하여 석탄공사가 남긴 시설을 산업유산의 세계자원화 방안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관광공사 외에도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경기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 등이 관광 중심으로 지역문화와 결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 즉 문화를 산업화하는 21세기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따라서 대한석탄공사가 ‘탄광문화유산공사’ 형태로 전환하여 새로운 산업시대를 열어가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 함께 추진하는 주체 세력이 될 것을 제안한다. 다만, 현재의 석탄공사 인력으로는 문화적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현실인 만큼 시설관리는 현재의 구성원이 진행하고, 문화유산공사로의 전환하는 사업 방향은 새로운 인력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비전 설정에는 ‘민·관·산이 협력하는 형태의 실행기구’가 필요하다. 민간기구로는 7개 탄광 지역의 탄광문화단체 및 사회단체를 꼽을 수 있겠고, 관은 7개 탄광시군과 강원도를, 산으로는 현재의 대한석탄공사 및 새 기구로 전환할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지칭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사왈룬토의 옴빌린 탄광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이 지역을 국가전략지역(Kawasan Strategis Nacional)으로 설정했다. 탄광 유산을 국가가 주도하여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국가가 산업전사로 불러들인 광부와 그들의 희생이 있던 지역이라는 의미를 지키는 상징성도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관점에서 대한석탄공사를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장성광업소·도계광업소·화순광업소 자산을 활용하여 석탄산업 유산을 보전하면서도 현대인의 삶과 호흡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기획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할 때, 석탄공사는 1950년부터 지금까지 71년간 한국산업 발전에 앞장선 공적을 지킬 것이며, 탄광촌에서 희생된 ‘물·흙·산’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광해복구까지 진정성 있게 이루질 것이다. 산업이 일군 농촌과 어촌의 마을화 자체가 우리의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이를 잘 보전해야하는 것처럼, 탄광촌 역시 산업이 일군 마을이다. 다른 산업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인 바, 탄광촌을 특별하게 보존하고 지키면서 산업교육의 현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석탄공사가 광해공단 산하의 부서로 들어가서는 기존의 폐광지원책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며, 태백시와 삼척시가 석공의 탄광유산을 온전히 다 받아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독립된 기관인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자리할 때 석탄산업유산의 가치는 제 빛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장성광업소는 전체의 시설을 활용하여 국립탄광박물관으로 조성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광업소와 노동자 개인이 폐기하는 탄광관련 자료를 100% 보존할 수 있는 준비에 나서야 한다. 태백시는 자료 보관 공간을 확보하고, 장성광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능동적인 수집활동에 나서야 한다. 이는 탄광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를 향하는 길이며, 석탄산업유산을 활용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장성광업소는 국립탄광박물관으로, 대한석탄공사는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전환하는 것은 화석의 시대가 저물고 문화의 시대·생태의 시대로 향하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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