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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정보

원주천 생태하천 조성사업, 전면 재검토 필요

"자연형도 아니고…홍수에 취약"

장마에 일부구간 유실

부실설계·부실시공 탓

 

 

원주시가 최근 완공한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 구간 일부가 지난 장마에 무너져 내렸다. 자연형 하천 조성 구간은 반곡동 월운정보에서 입춘내천 합류부까지. 이중 가장 붕괴가 심한 곳은 월운정교 아래 여울을 조성한 곳.

여울은 물론이고 하천 양옆에 쌓은 전석과 부직포를 깔고 철망에 돌을 매달아 만든 생태복원 지오네트(인위적으로 만든 제방)도 힘없이 쓸려나갔다.

원주에 내린 비는 9일 109.5mm, 12일 191.5mm, 14일 123.5mm.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오긴 했지만 하루씩 걸러 왔기 때문에 대규모 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폭 2m, 1톤에 가까운 거대한 전석은 물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원주시는 자연형 하천 조성 공사 당시 "하천의 치수기능을 확보하면서 사람과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전석을 쌓고 하폭을 확대하고 하상을 준설하는 것은 자연형 하천 복원과는 거리가 멀고 홍수대응 능력 또한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주시는 여울이 파괴되고 전석과 제방이 쓸려나간 것에 대해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6일 현장을 방문한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자연형 하천도 아니면서 홍수에는 굉장히 취약한 공법을 적용했다"며 "생태계는 파괴되고 홍수에도 약한 하천을 만드는데 돈 잔치를 한 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아 이와 같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수리계산을 잘못한 부실설계이거나 부실시공의 결과이다. 시공업체나 원주시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천공사가 시작되기 전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사면을 조성한 전석은 물의 힘으로 소실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한 바 있는 서울대 지리학과 대학원 이차복(42·단구동) 씨는 '사필귀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석은 물과의 마찰을 극대화하는 소재"라며 "틈이 크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물의 힘을 받으면 마찰계수가 커지고 에너지가 많이 전달돼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하천에 일정한 유량이 유지되지 않고 여름철에 1년 강우의 80%가 집중되기 때문에 전석을 쌓아 홍수피해를 막겠다는 것은 하천에 대한 몰이해"라며 "제방을 식생으로 덮어 물과의 마찰력을 최소화하면 힘이 분산돼 오히려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천설계를 조경개념으로 접근한 결과"라며 "하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업체에서 설계하면 이와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시공자 H개발 관계자는 "(전석 쌓은 게)멋있지 않느냐, 물의 힘이 세긴 세다"며 말을 흐렸다. 생태와 하천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가 묻어나오는 대목.

400mm가 넘는 비가 하루씩 걸러오지 않고 3일 연속해 내렸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 원주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원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