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차를 음료에서 힐링으로 디자인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사람과 차(茶)가 만나는 곳. 휴식과 기다림, 시간을 ‘내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하는 디자이너가 기다리는 곳. 황연동의 차호(茶壺)를 방문, 정연미 대표와 90분의 시간을 디자인했다.
드라마와 영화 한편을 즐기는 시간은 보통 90분이라 한다. 영화 ‘타이타닉’ 과 같이 194분에 이르는 긴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 90분에서 ‘합의’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7월23일 오후 차호에서의 90분을 꿀과 같이 만들었다. 부귀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 차(茶)귀영화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茶의 대명사는 녹차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고도 하지만 보통은 대화상대가 있어 시간을 즐기며 행복한 울타리를 만들어내는 것 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기자는 차를 마시는 것은 ‘시간을 디자인한다’고 해 보았다. 꾸미고 또 꾸며서 멋진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해서이다.
정연미 대표가 차호를 만들어낸 것은 불과 2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에 차호가 탄생했으니... 그도 카페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정연미 대표는 ‘커피’ 라는 것에 매력을 잃었다. 카페인이라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 우리 사람들 가운데서도 커피를 즐겨하지 않는 분도 있다. 그러한 분이다. 차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했다. 정연미 대표는 차호지기 이기도 하지만 방과후 학교 강사도 하고 있다. 그래서 차호는 오전11시에 문을 열고, 오후7시에 닫는다.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정연미 대표가 전하는 차(茶) 가운데 중국의 차문화를 소개해본다. 우리나라의 차도 있지만 중국의 차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소개하기로 했다.
중국은 차의 본고장이라고 할 만큼 가장 빨리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하듯 중국에서 차가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전세계 차 생산의 42.29%를 차지할 정도로 차 생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차 수출은 케냐에 밀려 2위를 차지하나 이는 중국 국내에서의 차 소비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준다.(위키백과 참조)
정연미 대표는 ‘중국 6대 차’로 분류된다고 했다. 청나라 시대 이후 중국에서는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를 6대 차류라 하여 차를 만드는 방식과 특성에 따라 여섯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또 보이차는 윈난성에서만 만들어지며 타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보이차는 보이차로 취급되지 않는다. 한 지역의 전통차인 이유 때문에 그만큼 역사도 깊고 명품 차도 많아 가격이 비싼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발효 정도를 기중으로 가열을 통해 발효를 막아 색깔과 성분을 유지시킨 불발효차인 녹차, 10~70% 정도 발효시킨 반발효차인 청차(우롱차)와 황차, 발효되어 검은빛이 도는 흑차와 홍차로 구분한다.
정연미 대표는 “오시는 많은 손님들이 이곳 차호에서 차를 마신 후 자리를 뜰 때면 이구성동성으로 ‘정말 대접받고 갑니다’라고들 하신다”라고 했다. 그만큼. 정성과 시간 물을 끓이고 차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름답다’ 라고 할 만큼 즐겁기도 하고 손님은 황제가 된 느낌이다.
‘보이차’가 1만원이며 ‘대홍포’ 차가 9천원이다. 비쌀 것 같지만 4~5명 이상이 모여 작은 항아리(차호=茶壺)에 담긴 찾잎을 우려낸 물로 따뜻한 차를 몇 번이고 마실 수 있다. 이러한 찻잎은 중국에서 들여온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리고 차호의 실내에 있는 다기(茶器)는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 많아 일부 손님들은 구매하기도 한다.
차호에서 만들어지는 차와 음료를 펼쳐보았다. 잎차 종류는 보이자, 벽라춘, 대홍포, 모암매, 계화차, 유기녹차, 황산백차, 철관음, 국화차, 우롱차, 모리화, 기운홍차 등이 있다. 차(TEA) 종류는 태백산콤부차, 아젤리아콤부차, 레몬홍차, 딸기 버블라떼, 화과차, 깔라만시 등이 있으며 커피종류도 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브런치메뉴로 반미 샌드위치, 반미+아메리카노, 반미+콤부차 등을 마실 수 있다.
지난 13일 ‘차호’에서는 문화기획사업으로 ‘우리동네 홀씨되어’가 진행됐다. 정연미 대표가 강사로, 참여자는 태백아라레이보존회 김금수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2층 사랑방에서 중국 보이차(흑차)를 맛보고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차학(茶學)을 마련, 인문학을 통해 중국산 차 잎을 항아리에 넣고 뜨거운 물로 우려낸 뒤 작은 찻잔에 담아 마시는 시간이다.
차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우선 뜨거운 물로 찻잔을 달궈주고 그 따뜻한 찻잔에 보이차를 담는다. 찻잔을 올려놓는 곳은 바닥에 물을 받아내는 넓적한 받침이 있고, 고무호스를 통해 바닥의 물통에 모아진다. 정연미 대표는 보이차를 만드는 과정과 중국의 차 문화 등을 설명했다.
기자는 정연미 대표가 마련한 과실(딸기)을 함유된 콤부차를 맛보았다. 상큼하고 깊이 있는 맛이 났다. 차 라는 느낌보다 음료에 가깝다. 마시기가 아까울 지경이다. 주변의 차 항아리 소품에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차호가 어쩌면 시간을 잊어버린 듯한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은 느낌이다. 그래서 1층보다도 1층 옆 테라스. 2층 테라스와 공간에서 맑은 하늘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근심걱정은 멀리 달아난다.
차와 관련한 고전도 들려주었다.
대홍포(大红袍)와 관련된 일화다. 중국 푸젠성 우이 산에서 생산되는 무이암차의 한 품종이다. 비싼 가격으로 인하여, 중국에서는 유명한 손님을 대접하는 차로 주로 이용된다. 명나라 시대 유생이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하다 도중에 복통을 느꼈다고 한다. 치료할 곳을 찾다가 스님을 만나 자초지종을 전하고 치료할 방안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원숭이를 시켜서 찻잎을 따오게 했고 그것을 달여 마셨더니 나았다.
그리하여 그는 시험을 잘 볼 수 있었고 급제를 한 뒤 황궁에서 일하다가 하루는 황제의 왕후가 복통을 일으켜 힘들어 하자,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스님을 찾아가 약재를 구해온 뒤 왕후에게 마시도록 하였고 이후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이에 황제는 왕후의 병을 치료한 데 대한 보답으로 황제가 차나무에게 붉은 비단 옷을 하사하였고 구해온 신하에게 차나무를 지키라며 내려보냈다는 이야기로 전해지며 이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중 송나라 시대부터 우이 산 암벽에서 자랐다고 전해지는 여섯 그루는 현재도 살아 남아 숭배되고 있으며 현재는 2010년 중반 이래로 10배의 가격 상승을 했다. 대홍포는 kg당 110만 원을 웃돌아 중국 부자들의 거품 상징으로 손꼽히기도 한다.(위키백과 참조)
다시 콤부차에 대해 들어보았다. 콤부차는 녹차나 홍차를 우린 물에 ‘스코비 유익균’을 첨가한 뒤 발효한 음료다.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의 일종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생성해 면역력 증강과 위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시큼하고 달콤한 식초 맛이 난다.
콤부차 열풍은 ‘셀럽’들이 만들어냈다. 시작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이다. 미란다 커, 올랜도 블룸, 린지 로언 등 해외 스타들이 수년 전 콤부차를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건강 및 미용음료로 인기를 끌게됐다. 진시황이나 우리나라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도 즐겨마셨다고 한다.
정연미 대표는 태백에서도 발효차를 연구하며 고추냉이와 발효차를 포함한 차를 준비중이다. 농업회사법인 로보팜도 방문해 실내 수직형 엽채류 재배농장의 시설도 견학, 고추냉이의 재배되는 모습을 보았다
정연미 대표는 앞으로 꿈이 있다고 했다. 그 꿈이 바로 동점에 설계중인 농장이다. 동점동 철로변에 있고 주위에 한 채 밖에 없는 외로운 집이지만 힐링을 할 수 있는 차 농장과 휴식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사중이다. 개척하고 싶은 힐링의 공간,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곳이 바로 이곳 ‘차호’가 아닐까? 차를 담은 항아리와 같이 더 아름답고 솔직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담겨지기고 추억으로 가득하길 빌면서 저녁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차호 태백시 장수길 17 033-552-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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