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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정보

돌아오지 않는 홍천 양덕원 삼층석탑

도난 3년째..지자체는 `나 몰라라'

 

2005년 도난된 강원 홍천군 양덕원리 삼층석탑이 3년째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탑을 잃어버린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대해 아무런 안내도 없이 관광객들을 맞이했던 것이 30일 확인됐다.

평소 문화재 답사를 즐겨 다니는 김모(56.여) 씨는 양덕원 삼층석탑을 답사하기 위해 홍천군청의 문화관광 자료실까지 확인하는 등 꼼꼼하게 준비한 뒤 최근 현장을 방문했지만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야 했다.

석탑이 있던 자리를 표시하는 울타리와 안내문은 있었지만 정작 탑은 사라지고 없었던 것.

이날 그가 찾은 양덕원 삼층석탑은 고려 때 만들어진 탑으로 1984년 도문화재자료 제10호로 지정됐으나 2005년 9월 사라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석탑이 있던 자리는 아파트 담과 맞닿은 마을 한가운데"라며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는 탑을 옮길 수 없었을 텐데 도둑맞을 때까지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홍천군의 무성의한 관리를 비판했다.

군청 홈페이지는 물론 현장에조차 도난 사실에 대해 전혀 안내하지 않았던 홍천군의 문화담당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문화재 도둑맞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공지하겠느냐"며 "답사왔다가 허탕쳤다는 사람도 1명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의 금전적 가치를 알려주는 TV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끌면서 경제 위기까지 더해져 전문 절도범뿐 아니라 일반 절도범도 문화재를 넘보는 추세"라면서도 "문화재 관리를 소홀히 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 규정은 따로 없다"라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찰과 문화재청에 신고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반면 역시 다수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은 자체 조사를 실시하는 등 문화재 도난에 좀 더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사찰에서 문화재 도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경찰 수사와 별개로 종단이 자체 조사단을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서며 해당 사찰의 주지가 문화재 보호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종법에 의거해 면직 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사찰 소유의 모든 문화재를 전산 등록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할 뿐 아니라 도난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문화재는 국가의 소중한 재산이지만 관리를 맡은 사찰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의 민원에도 꼼짝않던 홍천군청은 취재진의 확인 전화를 받은 뒤인 지난 27일 홈페이지의 양덕원 삼층석탑 안내문에 "현재 탑신 부분 도난 상태임"이라고 한 줄을 덧붙였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안내가 없는 상태이다.

지난 10월 문화재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도난당한 문화재는 198건 5천449점에 달하며 되찾은 문화재는 47건 2천99점에 불과해 회수율이 38.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도난 방지를 위한 사전 노력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