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 유치의 빛과 그늘
성공했을때의 실익보다 실패 후 부채의 후유증 커
2007년 평창이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을 때 국내의 지자체 중 세계대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던 곳은 3곳으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4인천아시안게임이었다. 이중 평창만이 세계대회 유치에 실패했고 대구와 여수, 인천 등 나머지 3곳은 모두 성공했다. 개최지 회의 역시 동계올림픽 개최지 확정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평창은 불리할 수 밖에 없었고 당시 국제체육계에서는 한국이 모든 세계대회 유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평창이 두 번째 도전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이 ‘푸틴’이라는 러시아 대통령의 로비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한국에서 치러질 세계대회가 너무 많아 이를 분산시키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자치단체들은 세계대회를 유치하려 할까.
가장 큰 목적은 지역의 숙원사업을 세계대회 유치로 한번에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이다. 큰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지역개발법의 상위법인 특별법이 적용되고 중앙정부로부터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많은 예산을 갖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치단체의 성장속도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에서 일단 유치시켜놓고 보자는 속셈이 깔려 있다. 부채는 늘어난다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어느정도 상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지방자치제의 핵심인 자치단체장의 선거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은 선거공약의 실천을 위해 유권자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내보일 수 밖에 없고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세계대회라는 것, 또한 연임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쌓는 최고의 방법이 세계대회 유치라는 것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실제로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경우 2010년과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도전에 실패해 도민들로부터 적잖은 실망감을 받고 있기 때문에 3수 도전에 성공함으로써 도민들에게 그 빚을 갚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알펜시아리조트의 개장을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세계대회 숫자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년도별로 따지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신청중),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가 있으며 부산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신청키로 했다. 또한 2022년 월드컵유치 분위기도 일고 있다.
세계대회 유치로 인한 실패사례를 보면 스페인의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시는 21억 달러, 정부는 4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앉았으며 미국은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이후 4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세계대회 유치로 인해 지자체들이 겪고 있는 현주소는 어떨까.
* 여수세계박람회장 조감도 *
2012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한 여수시는 골프장 건설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최대 6개 조성될 골프장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친환경 엑스포라 자평하는 여수시가 왜 골프장 건설에 앞장서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추진하는 반환경적인 골프장 건설을 백지화하고 환경박람회에 걸맞는 사업을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30만 여수시의 경제를 좌우하는 국동항 입구에 박람회 지원시설지구 지정으로 호텔과 콘도가 들어서면 물류이동이 어려워져 위판장이 제기능을 할 수 없다고 어민들은 지적한다. 이 때문에 현재 여수시는 박람회 유치에 따른 시위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또 중앙정부에서도 전라남도와 여수시에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바람에 시설건립사업이 어려워지자 여수시는 엑스포 시설에 대해 민자로 유치하는 방안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의 경제적 분위기로는 나서는 기업체가 없어 아직 착공조차 못한 시설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대구시의 경우 유치당시 참가국과 참가국언론사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일었다. 대구시는 참가국선수단과 임원진에게 숙박비 전액을 무료로 제공키로 하고, 취재진들에게는 하루 100달러의 호텔비와 식비를 모두 해결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았다. 그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천시의 경우 2002년 월드컵 유치도시로 인해 5만석 규모의 문학경기장을 건설했으며 경기장 운영으로 매년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또 다시 종합경기장을 추진중이다. 이유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로부터 기본적으로 7만석의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유치에 성공한 인천시가 문학경기장을 활용하지 않고 왜 추가로 건설하려는지 알 수 없다고 인천지역 사회단체들은 지적한다. 인천시의 현재 부채규모는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5만4천석이다.
알펜시아리조트가 우여곡절 끝에 개장했다. 리조트단지 전체규모를 A,B,C 지구로 나눠 조성하고 있으며 동계올림픽지구는 C지구, 리조트빌리지는 B지구, 골프빌리지는 A지구이다. 현재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리조트 사업비 조달의 핵심인 골프빌리지 분양률에 대해 영업상 기밀이라며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분양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자 7,000억원이라는 공사채를 발행하기에 이르렀고 앞으로 8천억원의 사업비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예상 분양률이 14%로 가정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자구노력으로 사업비 조달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지만 강원도 1년예산이 2조8천억원이며 알펜시아리조트 공사를 완벽히 수행하려면 1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강원도가 7천억원의 빚을 쏟아붓고 하루 1억원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으며 앞으로 8천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자치단체가 추진해야할 공사금액의 한도를 넘어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짐작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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